박덕규 교수, 문예살롱서 수필의 본질과 윤리 강연
수필 문학에서 허구와 사실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재전빌딩 문화공간에서 열린 인문학 오픈 포럼 ‘문예살롱’(대표 이성숙 작가) 초청 강연에서 박덕규 교수는 ‘수필에서 픽션은 어디까지 가능할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 교수는 이날 인간 기억의 불완전성과 수필 속 상상력의 역할을 설명하며, 수필이 지켜야 할 윤리적 한계를 강조했다.

 

(박덕규 교수가 ‘수필에서 픽션은 어디까지 가능할까’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박 교수는 “수필은 눈앞의 사실을 기계적으로 기록하는 글이 아니라 기억과 해석, 상상력이 함께 작동하는 문학 장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일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없는 만큼, 수필에는 문학적 재구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성균의 수필 「세한도」를 예로 들며 수필 속 픽션의 가능성을 짚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강나루 장면과 아버지의 침묵, “엄동설한 저문 강변에 세의를 지고 꿋꿋하게 서 계시던 분의 모습이 보인다”는 문장을 분석하며, 사실 위에 작가의 기억과 정서가 더해질 때 수필적 형상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예살롱 회원들이 박덕규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박 교수는 특히 목성균의 문장을 논픽션 문장으로 바꾸어 보여주며, 문학적 표현이 사라질 경우 수필의 울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설명했다. 그는 “엄동설한, 저문 강변, 꿋꿋하게 같은 표현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작가의 감정과 해석이 투영된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최근 문단 일각에서 거론되는 ‘픽션 수필’ 흐름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수필에서 허용되는 상상력은 없는 사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허구와는 다르다”며 “수필의 가장 큰 힘은 진정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백 없는 허구는 결코 수필이 될 수 없다”며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수필이 아니라 소설이나 꽁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AI 시대의 글쓰기 윤리도 언급했다. 그는 “AI가 아무리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어도, 인간의 체온과 삶에서 우러나오는 고백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작가의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수필 문학이 지켜야 할 진실성과 윤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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